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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국' 이·팔 頂上함께 팔짱… 反테러 앞에 인종도 종교도 없었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12 15:11

파리 테러 희생자 추모 행진 현장

11일 오후 3(현지 시각) 프랑스혁명의 성지인 파리 도심의 레퓌블리크 광장 인근 도로. 지난 7일 발생한 만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총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의 시작을 알리는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됐다. 텅 빈 차로를 가득 메우고 서로 팔짱을 끼고 거리를 행진하는 수 만명 군중 대열의 맨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있었다.


< 11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주변은 아침일찍부터 ‘샤를리 에브도’테러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가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중들 중에는 프랑스 국기와 함께 ‘나도 샤를리다’문구가 적힌 피킷과 펼침막을 들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파리 뿐 아니라 마르세유, 툴루즈, 리옹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집회와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에서도 테러희생자를 추모하고 극단주의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 AP 뉴시스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중심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이 결연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걸음을 내디뎠다.

피해국인 프랑스와 가까운 유럽 정상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적대관계로 지난해 2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교전을 치렀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탸냐후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함께했다.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이슬람 신자)인 터키의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도 이 자리에 있었다.

이번 집회는 “단결이야말로 힘이다. 국민이여, 일어서라”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호소에 따라 이뤄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에게도 참여를 호소했다. 정상들은 500m를 행진한 뒤 프랑스어로 ‘우리는 샤를리다’라고 쓴 기다란 펼침막을 들었다. 테러에 희생된 ‘샤를리 에브도’가 추구했던 표현의 자유와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에 연대를 표시하는 동시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포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상 뒤에 선 군중 사이에서도 종교와 인종의 벽은 없었다. 흰 모자를 쓴 무슬림, 검은 수염을 기른 유대인들도 함께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 이슬람의 상징인 차도르를 쓰고 행진에 참가한 군중도 다수 보였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 7~9일 세 건의 연쇄 테러로 17명이 사망하면서 최고 수준의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상들은 한달음에 달려와 테러 충격에 빠진 프랑스 국민을 위로하고 극단주의에 맞선 강력한 연대를 다짐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오늘 파리는 전 세계의 수도이다. 우리가 만들어 낸 하나의 나라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소중한 가치가 위협받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관용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연쇄 테러로 발생한 유대교 식품점 희생자들을 이스라엘에 묻겠다”고 말했다.

행진에 참가한 시민 자카리아 뭄니씨는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 불자들 모두가 하나가 되는 날이 꼭 오기를 소망한다”며 “우리는 특정 종교의 신도이기 전에 인간이며, 누구도 테러 희생자들처럼 목숨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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